동시대 소프라노들에게 한결같이 추앙받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그가 오페라계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건 유연한 벨칸토 창법과 정확한 딕션 덕분이었습니다. 그리스인인 칼라스는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대공황 이후 그의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갔죠. 그곳에서 스승 엘비라 데 이달고(Elvira de Hidalgo)를 만나 벨칸토 창법과 무대 매너를 배웠고, 오페라의 주요 언어인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도 익혔습니다.  1947년 그는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라 조콘다(La Gioconda)'의 주역으로 섰습니다. 그때 사업가 조반니 바티스타 메네기니를 만나 결혼했고, 남편은 칼라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됐는데, 베네치아에서 한 시즌에 바그너(Wagner) '발퀴레(Die Walküre)'와 벨리니(Bellini) '청교도(I Puritani)'에 연이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시 다른 소프라노는 이처럼 여러 배역을 빠르게 바꿔 소화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후 마리아 칼라스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를 오가며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의 프리마 돈나로 활약했습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에는 독보적인 개성이 있습니다. 중저음에선 메조소프라노처럼 풍부한 소리를 내지만, 고음으로 치달을 때는 콜로라투라의 표현력을 힘차게 뿜어내죠. 대부분의 소프라노는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작아지지만, 칼라스는 고음에서도 저음 못지않은 성량으로 청중의 심금을 파고듭니다. 벨칸토 오페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은 마리아 칼라스는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